[시론] 최저임금 차등적용 더 늦출 수 없다

입력 2019-04-02 17:55  

"획일적인 단일 최저임금 적용은
제도 목적인 취업약자 보호 못해
업종·지역·연령별 차등 적용해야"

김강식 <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 한국질서경제학회장 >



최저임금의 목적은 임금의 최저 수준을 강제해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수준은 적정해야 한다. 너무 낮아도, 너무 높아도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할 수 없게 된다. 최저임금 수준이 높으면 기업은 비용 압박을 받아 고용을 줄이게 되고, 그 결과 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노동시간도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은 29.1% 올랐다. 여기에 주휴수당을 더하면 사업체에 따라 2년 전에 비해 인건비가 29.1~54.9% 증가한다. 최저임금을 주는 업체들은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소기업이 대부분인데 이 수준의 비용 상승은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기 전인 2015년에도 소상공인의 수입은 근로자 평균급여의 63.5%에 불과했다.

이들 못지않게 충격을 받은 집단은 청년, 여성, 고령 근로자, 저학력자, 비정규직 등 취업약자들이다. 소득하위 20% 근로자들의 작년 4분기 근로소득이 전년보다 36.8% 감소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며칠 전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직이 크게 늘었고, 근로시간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최저임금은 강자와 약자의 싸움이 아니라 약자와 약자의 싸움이고, 대폭 인상한 결과 사업체와 근로자 모두 패자가 됐다.

이제 영세 사업체들이 고용을 유지하고, 취업약자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끔 최저임금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체적인 조정이 어려우면 최소한 이들 영세 사업체와 취약 근로자들에 대해서라도 최저임금을 따로 책정해 이들이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근로자의 최저생활을 보호하려는 최저임금의 목적에 부합한다.

소상공인 사업체 수는 전체 사업체의 80%를 넘고, 근로자는 전체의 약 27%에 이른다. 그런데 소상공인 사업체 중 32%는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기 전인 2017년에도 최저임금을 못 주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지급능력이 부족해 최저임금을 강제하면 문을 닫아야 하고 여기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런 영세업체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근로자들이 일자리도 유지할 수 있게 하려면 최저임금을 사업체 규모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

업종별로도 경영성과와 지급능력에 큰 차이가 있다. 음식업의 1인당 영업이익은 전 산업의 2분의 1, 1인당 부가가치는 3분의 1에 불과하다. 2017년 기준으로 음식업체의 34.4%가 최저임금을 주지 못했다. 도소매업, 농수산업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도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감당하기에 버겁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역에 따라 물가와 생계비 차이가 작지 않고, 사업체의 지급능력에도 큰 차이가 있다. 임금 수준은 대구와 제주의 경우 울산의 3분의 2에 불과하며,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 비율은 대구와 전남에서 울산의 두 배를 훨씬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단일 최저임금은 지역 경제발전과 지역 고용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

빠른 고령화와 높은 노인빈곤율로 인해 일자리를 찾는 고령층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같은 임금으로는 젊은 층과의 일자리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다. 고령화 추세에 대응해 고령자들의 고용을 촉진하고, 청소년들의 취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연령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많은 국가가 청소년과 고령자에게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저임금 근로자 보호라는 최저임금 제도 본연의 목적과 현재 최저임금으로 인해 불거지고 있는 문제점을 잘 살펴야 한다. 사업체와 근로자 사정에 맞게 최저임금을 규모·업종·지역·연령별로 구분해 적용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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